‘0명.’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부서에서 일하는 정규직 의사 수다. 무기계약직을 포함해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25분의 1 수준이다. 의약품 임상과 판매 허가 업무를 맡는 심사인력 부족이 전문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약품이 사람 몸에 들어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심도 있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의사, 생리학자 등 전문인력이 필수다. 예컨대 시판 후 약물 안전성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전문인력만 40명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하지만 식약처에는 전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심사인력 수는 일본 식약청(566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그친다”며 “전문 심사인력이 태부족하고 예산도 넉넉하지 않다 보니 미국 일본 유럽 등에 비해 이중고에 시달리는 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식약처는 살림을 대부분 세금에 의존한다. 신약 심사수수료는 803만1000원에 불과하다. 보수가 낮다 보니 전문인력 채용공고를 내도 정원에 미달하기 일쑤다. 심사 방식도 FDA와는 딴판이다. 신약이 나올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하기보다 감사원의 업무 감사 대상이 되지 않게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맞춰 보수적으로 업무를 집행한다는 게 업계 불만이다. FDA와 식약처에서 모두 심사를 받아본 바이오기업 대표는 “식사 준비에 비교한다면 FDA는 어떤 나물을 얼마만큼 사야 하는지, 나물이 시들었다면 어떤 다른 시장에 가야 하는지까지 코치해준다”며 “반면 식약처는 이 나물을 먹으면 배탈이 날지 아닌지 정도만 코치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오롱 ‘인보사 사태’를 기점으로 식약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식약처 공무원들이 새로운 약을 탄생시키겠다는 모험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 등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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